[백두대간 대장정]제8구간 닭목령~삽당령(14.15㎞)
변화무쌍한 강원도 날씨 예상 밖 포근…봄 기운 만끽
법조계·언론계 '외인부대'로 참가…산행 실력 프로급
백두대간·낙남정맥·호남정맥 등 종주 산행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관계로 산행 당일 날씨를 예측하기 어렵다. 새해 첫 산행이었던 대관령∼닭목령 구간 산행도 무릎까지 빠지는 눈(雪) 산행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바람이 불지 않았다. 눈보라가 휘몰아쳤다면 아마도 7시간 걸렸던 산행시간이 적어도 2∼3시간 정도 더 소요됐을 것이다. 'S&T중공업 백두대간 종주팀'의 2월 28일 제8구간 닭목령∼삽당령 14.15㎞ 산행도 기막힌 날씨 덕분에 당초 예상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빨리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남녘의 양지 바른 곳에선 매화가 피고 개나리가 노란 자태를 뽐내고자 마지막 몸부림을 칠 무렵이지만 강원도 대관령은 아직 동(冬) 장군의 기세가 다가오는 봄기운을 용서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추울 것으로 예상하고 겹겹이 껴입은 등산복이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맑고 포근한 날씨였다. 오전 9시께 부상 방지를 위한 간단한 체조를 마치고 제8구간 첫 봉우리이자 구간 최고봉인 화란봉(1069m)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S&T중공업 백두대간 종주팀의 산행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이날 산행에는 법조계와 언론계 인사 다수가 참가했다. 대학 시절 산악부 활동으로 다져진 체력과 정신력으로 히말라야 원정까지 다녀온 강재현 변호사, 전국 일간지와 지역 일간지 소속 언론인도 함께했다. 이른바 '외인부대' 성격의 이들은 종주팀과 호흡을 맞추면서 산행을 즐겼다. 출발점인 닭목령의 해발 고도가 680m로 화란봉까지는 불과 400여m 오르면 된다.
그러나 수직 고도 400m는 만만치 않은 높이다.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다진 사람이 아니라면 가쁜 숨을 몰아 쉬게 된다. 산행을 거듭할수록 회춘(回春)한다는 인상을 깊게 심어준 홍기봉 전무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업무차 출장으로 제7구간 산행에 참여하지 못한 후유증에 따른 것이 아닐까 싶다. 2월 강원도 날씨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포근한 탓에 온몸이 물 먹은 스펀지처럼 무거웠다. 1시간 남짓 올랐을까 첫 목적지인 1069m 화란봉 정상에 도착했다.
이마를 스치고 지나는 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 멀리 푸른 동해를 바라보면서 심호흡을 여러 차례 했다.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이곳에 오르지 못하면 마실 수 없는 상쾌한 공기를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실 요량이었다.
화란봉에서 산행 종점까지는 대부분 내리막이거나 평지 산행이다. 구간 두 번째 봉우리인 1006봉을 거쳐 석두봉(982m)까지는 5.4㎞로 대략 2시간 3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능선을 따라 난 길은 산죽(山竹)과 아름드리 적송(赤松)이 운치를 더한다. 특히 붉은색 껍질이 선명한 적송의 자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하늘 높이 쭉쭉 뻗은 기상은 우리 민족과 함께 해 온 지난 수천 년의 역사를 담은 듯했다. 누군가 '저렇게 멋진 소나무는 숭례문 복원으로 쓸 재목(材木)으로 손색없다'고 말한 것처럼 '정말 좋다'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정상이 바위로 형성돼 석두봉(石頭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에 오르면 화란봉 못지않은 시원한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이곳에서 산행 종점인 삽당령은 들미재를 거쳐 대략 6.8㎞로 서두르지 않더라도 3시간 남짓이면 도착한다. 내리막길이라 안심해서는 안 된다. 아직 눈이 녹지 않아 길이 미끄럽다. 눈 위에 낙엽이 쌓여 있어 무심코 걷다간 미끄럼 사고를 부른다. 일행 가운데 몇 명도 미끄럼의 희생양이 됐다.
드디어 산행 6시간 만에 목적지인 삽당령에 당도했다. 따끈한 국물과 함께 막걸리 한잔을 나누면서 산행 피로감을 모두 날렸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위 캔 두 잇 백·두·대·간' 구호 제창도 55명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제7구간(대관령∼닭목령)과 제8구간(닭목령∼삽당령)은 겨울이 아니면 한 구간으로 총 연장 28㎞에 이른다. 눈이 많이 내리는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 두 번에 걸쳐 산행을 마쳤지만 장거리 산행에 자신이 있는 산 사나이라면 당일 코스로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